朴鼎鎭 부모님께 생을 받아 어언 여든 해 황혼의 해풍 같은 음(陰)자리 텅 빈 가슴 아무 것도 메운 것 없이 이렇게 맹물처럼 바보처럼 살았구나. 빛 바랜 낙엽 흩날린 길가에 힘없이 쓰러진 나의 그림자. 희노애락 모두 메말라 은발의 허상만이 말없이 흐느끼고 아스라이 흘러가 버린 노을진 집념들. 한 아름 뉘우침 되어 아리게 허전할 뿐 목 메인 산울림 마저 흩어진 팔순의 마루턱은 그저 초조하구나. 여울진 기억마저 가물가물 가야 할 길 그리 멀지도 않을텐데 끝내 나 홀로 풀지 못한 미련들. 아무에게도 짐이 되어 너절해선 안되겠지. 허공, 우러러 팔순이 부르는 추억의 애창곡 그믐날처럼 오경(五更)에 서산(西山)을 간다. 이 길은 뒤돌아 볼 수도 뒤돌아 갈 수도 없는 길. 슬픈 노래도 이별의 추억도 다 잊었습니다. 40여년간을 시골 초등학교 교육에 온 몸을 바치시고 일흔 아홉에 하늘나라로 가신 장인어른, 흔하디 흔한 광고 전단지 뒷면에 볼펜으로 써서 몰래 앉은뱅이 책상서랍 속에 얌전히 넣어두고 가신 장인어른의 遺詩, 뜻밖의 선물에 가족들이 액자에 담았습니다. ggoggi031 |